“모두 옮겨 적을 수도 없을 만큼 젠더 이슈는 게임판을 여러 차례 흔들었다. 사실 젠더 이슈라고 말하기도 좀 어색한데, 이는 ‘남녀 간의 갈등’ 문제라기보다 대게는 게임판의 ‘여성’ 문제였기 때문이다. 게임 세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이었다. 이 세계에서 남성은 당연한 존재였고, 여성은 예외적 존재였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는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지도하고 제자 김지윤이 쓴 석사학위 논문에서 시작됐다. ‘여성을 위한 게임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게임 세계와 게임 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 구조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초기 라디오는 전형적인 남성적 매체였고, 가정에서 TV 채널권은 가장인 아버지가 쥐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성을 획득했다. 게임 세계도 전통적으로 남성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통계를 보면 연령 분포나 성별 면에서 보편적인 오락이 돼 가고 있다. 여성 게이머들이 등장했고 게임업계에 여성 종사자들이 늘었다. 게임 속 여성의 모습과 역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임 세계는 더이상 남성의 전유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 세계에서 여성은 초대받지 않은 존재로 여겨진다. 게임을 ‘젊은 남성들을 위한 놀이’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아님에도 게임판에서 여성의 진입에 따른 갈등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저자들은 게임을 둘러싼 젠더 갈등 문제를 게임하는 여성, 게임 속 여성의 모습, 게임을 만드는 여성 종사자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짚는다. 학술적 분석이나 정책적 제안을 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현실을 여러 시각에서 보여준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현재와 미래의 핵심 산업인 게임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다루는 매우 의미심장한 시대 보고서”라며 “읽을수록 절묘한 통찰들이 넘쳐난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게임과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미디어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게임 및 e스포츠 연구를 진행하며 포스트 코로나 게임 문화, 중장년 게이머 등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저서로 ‘디지털 게임문화연구가 있다.
김지윤은 연세대에서 언론홍보영상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 영화·미디어학과 박사 과정에서 게임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