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현 신임 대표, 정치 복원과 당내 통합에 힘 쏟아야

입력 2023-03-09 04:01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현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8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김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인 52.9%를 얻어 당대표가 됐다. 안철수 후보는 23.4% 득표에 그쳤다. 최고위원으로는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후보, 청년최고위원으로는 장예찬 후보가 각각 선출됐다.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된 이번 전당대회는 책임당원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이 참여해 55.1%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원들이 윤석열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지지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윤핵관들에 대한 견제보다는 집권 주류세력에 대한 지지를 선택한 것이다.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도 모두 친윤계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준석 전 대표 계열로 바람을 일으켰던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들은 10% 안팎의 의미있는 득표를 기록했지만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전당대회였다. 그러나 경선 과정은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경선은 윤심 논란으로 시작해 땅 투기 의혹과 막말 공방을 거쳐 대통령실 행정관 선거 개입 논란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인사들에 대한 공격도 거셌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우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극한 대결의 무대다. 내년 4월 22대 총선까지 이런 구도가 불가피하다. 남은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무한 정쟁만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겠다고 했다. 어렵더라도 협력의 길을 찾길 바란다. 특히 야당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윤 대통령을 설득할 책임도 김 대표에게 있다. 당내 갈등 해소도 김 대표의 책무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논란성 발언을 자주 했다. 경선이 친윤과 비윤이라는 소모적인 구도로 흐른 것에 대한 책임도 크다. 경선은 끝났다. 경쟁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깊어진 갈등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당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 저출산과 고물가 등 우울한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앞길이 가시밭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