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물 흐르듯이

입력 2023-03-09 03:04

다움이란 자연스러움이다. 가꾸지 않은 그대로, 아이가 아이다울 때 예쁘다. 이유는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의 멋은 인위적인 것과 거리를 둘 때 드러난다. 나무의 결을 살려낸 가구는 자연스럽다. 거기에 페인트 덧칠을 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움이 살려진 곳이 좋다.

인간의 허영심은 자연스러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덧붙이려고 한다. 인공미는 자연미를 능가할 수 없다. 아름답게 피어오른 꽃에 향수를 뿌릴 이유가 없다. 들녘에 핀 꽃은 그대로가 좋다. 야생의 생기발랄한 멋은 화병에 담는 순간 죽는다. 의도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러움을 살려내는 곳에 창조의 원형이 드러난다.

빛이 그대로 비치도록, 바람이 지나가도록, 나뭇결이 드러나도록, 물이 제 갈 길로 흐르도록 할 때 그 진가는 발현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본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멋이다. 흐르는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법이다. 법(法)이란 풀이하면 삼 수(水) 변에 갈 거(去)다. 물이 흐르게 하면 길이고 법이 된다. 흘러야 할 물을 무리하게 막으면 범람해 화를 불러온다.

무리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면 저항을 받는다. 교통법규를 지켜야 자동차가 원활하게 오간다. 건강 원리를 지키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면 어색하다. 무리하게 변형하려고 하면 저항을 받게 된다. 자연을 거스르면 불편하고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 통제와 억압을 싫어한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풀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누구도 주장하려 하지 않고 때로는 침묵마저 어색해하지 않으면 그것이 자연스러움이다.

가능한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힘을 최대한 절제해야 원초적 생명력이 발휘된다. 자연스러움은 살릴수록 좋다. 누군가를 닦달하고 억지로 몰아가지 않는 것이 좋다. 괜히 사람을 선동하거나 과도하게 몰아가다가 사고가 난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면 탈이 난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발흥된 곳에서 역사의 꽃이 핀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대세라 할 수 있다. 대나무로 공예품을 만든 것을 보면 놀랍다. 부드러운 힘이 강한 것을 지배한다. 자연스러움은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흐르는 강은 막을 수 없다. 막힌 것을 흐르게 하면 생명의 힘이 넘친다.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고여 있으면 썩는다.

흐르는 물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물은 가로막는 대상과 싸우지 않는다. 조용히 차올라 큰 바위를 쓰다듬으며 넘어간다. 물은 때가 찰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때가 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흘러야 하는 것을 흐르게 하는 것이 실력이다. 혈과 기가 막히면 병이 된다. 흐르는 것을 막으면 썩고 병들고 죽는다.

어떤 힘이든 모여 있지 않고 선하게 흘러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힘을 빼고 흐르는 힘에 자신을 맡길 줄 아는 것이 지혜다. 무술 고수는 자기 힘을 쓰지 않고 상대의 힘을 이용한다. 상대가 강하게 나올수록 싸움은 쉬워진다. 그들의 몸놀림은 한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힘을 무리하게 쓰면 자기 힘에 스스로 죽는 것을 안다. 자연스러움을 배워야 힘이 바르게 흐른다.

소프트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소프트 파워는 힘을 남용하지 않고 타인의 힘을 내 것으로 삼을 줄 알 때 주어진다. 자연스러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다. 내가 굳이 기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 이미 많은 답이 있다. 지나치게 의도성이 강한,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힘이 지배하고 무언의 강요가 넘쳐나는 세상은 생명력이 없다.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고후 3:17) 자연스러움의 힘은 크다. 그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지혜요 능력이다. 거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역사가 일어난다.

이규현 수영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