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한파 속에서 고용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래 성장업종에선 ‘인재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신입 공개채용, 수시·경력 채용을 불문하고 인력 수혈에 돌입했다. 이와 달리 벤처·스타트업계엔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업계에선 ‘인재 쟁탈전’ 양상을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6개 에너지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에 세 자릿수 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고 8일 밝혔다. 이차전지 실적 성장세를 타고 포스코케미칼을 포함한 포스코그룹 4개 계열사도 오는 22일까지 신입사원 공채 접수를 한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빅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지난 1년간 신규 인력을 3000명 넘게 뽑았다. 인재 유출을 막으려고 회사마다 성과급·격려금 지급도 이어진다. 산업계 관계자는 “화학업종은 물론 중공업, 종합상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인력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 확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조선업계는 인력난 해소에 사활을 걸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 같은 일부 직군의 경우 근무지를 서울로 정했다. 올해 1월에 400여명을 신규 채용한 HD현대그룹은 같은 규모로 추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도 채용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를 주축으로 하는 19개 관계사는 오는 15일까지 신입 공채 지원서를 받는다. 올해 1만명 안팎을 채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채용 봄바람’은 일부 산업·업종에만 국한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설문한 결과 올 상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세운 기업은 45.2%(전체 응답사 126곳)에 불과했다. 채용계획이 없다고 밝힌 곳도 15.1%나 됐다. 지난해(7.9%)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다 일부 벤처·스타트업들은 긴축 경영을 넘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를 비롯해 왓챠,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굵직한 스타트업들은 인력 감축에 착수했다. 직원들이 먼저 이직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등 신성장산업에선 인력 수요가 공급보다 큰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반면 IT업계는 코로나 국면에서 발생한 개발자 수급 경쟁의 후폭풍이 덮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