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적으로는… 새 복음화 모델, 선교학적으로는… 존재 의미 성찰

입력 2023-03-09 03:03
최근 교계의 성장주의를 탈피하고 생태학적 사역을 지향하는 모델로서 공유교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다른 교회들과 예배당을 공유하는 서울 서초구 추수교회의 내부 모습. 국민일보DB

서울 서초구에 있는 추수교회(박상범 담임목사)의 예배 공간은 특별하다. 얼핏 보기엔 최대 120명이 예배드릴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지만 성도 20명 내외의 다른 교회들도 함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공간 사용을 희망하는 교회는 약간의 월 사용료만 내면 된다. 각 교회 성도들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고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공동체성을 증진한다.

최근 예배 공간을 공유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특정 교회나 선교 단체 등이 선교적 나눔과 개척교회 지원 차원에서 교회 본당이나 기타 여유 시설을 다른 교회들과 나누는 것이다. 교계에서는 이를 ‘공간 공유교회’라고 부른다.

새 복음화 모델, 윤리학적 측면

전문가들은 공간 공유교회가 윤리학적 측면에서 ‘새 복음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수많은 교회가 견지해온 과도한 성장주의를 탈피하고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함으로써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장형 백석대 교수는 8일 “대규모 공간 확보가 교회 사역의 본질에 속하는 문제가 아님에도 한국교회엔 건축물 등 보이는 공간 중심의 교회관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이러한 성장주의적 관점은 한국교회를 심히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성장주의적 관점을 극복해야 한다”며 “공동체성 강화, 친밀한 교육 및 교제 프로그램 시행, 지역 밀착형 봉사 등으로 교회의 존재의미를 드러낼 때 이것이 가능해진다. 소규모 교회의 공간 공유는 이를 위한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유교회가 생태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는 기독교의 본질적인 사역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지키는 생태학적 책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승규 한남대 연구교수는 “공간을 독점한다는 것은 전기, 냉난방, 에너지 등에 따른 오염 등 생태계에 일정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다수 교회들이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등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재의미 성찰, 선교학적 측면

공유교회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신앙적 태도를 권장하는 선교학적 측면도 있다. 선교가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고 세상에 구원을 심는 것처럼 오늘날 공간 공유교회도 하나님의 보내심으로 한국교회에 있게 됐다는 자의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진정성 있는 실천행동과 냉철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회들이 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교회는 적게 부담함으로써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또 사도적 정체성에 근거한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는 시대적인 존재의미를 갖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