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조폭, 버젓이 건설 노조 간부 활동

입력 2023-03-09 04:06

현직 조직폭력배가 건설노조 간부로 활동하며 조직원을 동원해 건설사들을 협박하고 전임비 등을 갈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건설현장에서의 불법행위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조직폭력배이자 A노동조합 간부 B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2021년 9월 A노조에 가입한 B씨는 법률국장 직책을 맡은 후 지난해 5월 오산시의 건설현장 등에서 노조 전임비와 복지비 등 명목으로 10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노조원 6∼7명과 건설현장을 다니며 노조원 채용이나 건설기계 사용, 전임비 납부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거부할 경우 장기간 집회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B씨는 경찰 관리대상에 올라 있는 현직 조폭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원 2명을 A노조에 가입시켜 함께 범행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건설현장 등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다 처벌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노조는 한때 양대 노총 소속이었으나 현재는 제명 조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수사하다 B씨의 범행을 확인하고 구속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수원, 성남 등 다른 지역 건설현장에서도 다수의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불법행위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