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수입차 업체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증가하는 수입차 점유율, 비교적 잘 갖춰진 전기차 인프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완성차 업체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오는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다. 석유화학회사 이네오스그룹이 세운 신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업체다. 이들이 들고 온 첫 신차는 ‘그레나디어’다. 4륜구동의 정통 오프로드 차량이다. 랜드로버의 1세대 디펜더를 닮았는데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 처음 출시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도 한반도 상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를 두 번째로 많이 판 회사다. 이르면 상반기에 신차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모델은 세단 ‘한(HAN)’이다. 1회 충전으로 650~700㎞를 주행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픽업·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GMC도 지난달에 한국에서 공식 출범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시장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빠른 전기차 전환 속도를 꼽는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0만3281대다. 1년 전(18만5274대)보다 63.7% 증가했다. 아태 국가 가운데 충전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된 국가로 꼽힌다. ‘그레나디어’나 GMC의 ‘시에라’는 내연기관 엔진을 달고 있지만 앞으로 전기차 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적합한 시장인 것이다.
수입차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판매량은 2019년 24만4780대에서 지난해 28만3435대로 증가했다. 점유율도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국산차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8일 “수입차에 대한 가격 저항마저 줄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수입차의 시선은 갈수록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