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美 국빈 방문, 북핵·반도체 문제에 성과 내기를

입력 2023-03-09 04:02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미 양국이 공식 발표했다. 국빈 방문은 의전상 최고 수준의 격식을 갖춘 정상 외교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중 외국 정상을 국빈 초청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방미 기간 중 국빈 만찬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도 추진된다고 하니 미국이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상당한 정성을 쏟는다는 게 느껴진다. 핵전력을 포함한 북한의 대규모 군사훈련 임박설이 도는 시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리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구호처럼 반복되는 미국의 ‘철통같은’ 한반도 방어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선제 핵공격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는데다 공격 목표도 미 본토와 한국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내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지는 까닭이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등 북핵 대응 방식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북핵 위협 억제와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 관심사다. 미국이 한국을 핵심 동맹으로 인정한다면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

백악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국빈으로 초청한 또 다른 배경에는 삼성과 SK,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크게 작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다소 황당하다.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요구하는 중국 투자 금지, 초과이익 반납, 미 안보기관의 생산시설 접근 허용 등은 철회되거나 완화돼야 한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더욱 발전하려면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친다는 인식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