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목사, 인도서 에이즈 환자·신전 창녀에 세례

입력 2023-03-09 03:03
김인아 구하리교회 담임목사가 지난달 28일 인도 서부지역 사창가촌 교회에서 현지 남성 머리에 손을 얹고 세례식을 거행하고 있다. 몸을 흠뻑 적실 만큼 뿌려지는 물줄기가 눈길을 끈다. 구하리교회 제공

인도의 한 사창가 마을 5평 남짓한 작은 교회에서 ‘곤고한 영혼’ 23명이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힌두교 신전에서 어린 시절 성 착취를 당한 ‘신전 창녀’와 에이즈 환자 등 벼랑끝에 선 이들은 한인 목사의 세례와 축복 기도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8일 A선교사와 경기도 용인시 구하리교회에 따르면 인도 서부지역 사창가촌의 B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세례식과 성찬식이 비밀리에 거행됐다. 기독교 탄압이 노골적인 현 인도 정권 하에서 기독교인은 무차별 폭행이나 신고의 위험을 감수하고 산다. 이런 이유로 이날 세례식에도 휴대전화 등 녹화 기계 반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세례식 도중 낯선 남성 2명이 들어와 예배를 지켜보다 나갔다. 곧이어 경찰이 들이닥칠 조짐이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생’(요 5:24)을 주제로 한 말씀을 선포한 뒤 세례식을 거행한 김인아 구하리교회 담임목사는 “예배 현장이 너무 두려워서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변에서 얘기하더라”며 다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고백했다.

세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5평 남짓한 교회 공간에 모인 성도들 모습. 구하리교회 제공

B교회는 작은 방 하나가 전부다. ‘신전 창녀’ 출신 여성 1명과 에이즈 환자 4명 등 23명과 교인 여럿이 세례식에 참여했는데, 공간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김 목사는 일곱 살에 ‘신전 창녀’로 팔려 간 뒤 사창가를 전전하던 여성에게 세례를 줄 때 눈물이 나서 혼났다고 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고 축도하며 한 손 가득히 물을 담아 그를 축복했다. 어찌나 많이 부었던지 바닥은 물로 흥건해졌다고 김 목사는 기억했다. 마약 중독자, 교회 사역자를 폭행하던 여성, 우상 숭배 그림을 벽에 도배한 교회 옆집 부부도 세례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에이즈 환자이기도 한 부부는 집례 동안 몸을 사시나무 떨듯하며 엉엉 울었다고 한다. A선교사가 3년 동안 눈물로 기도한 부부였다.

A선교사는 인도 서부지역에서 13년째 선교 중이다. 2018년 11월 현지인 12명에게 처음 세례를 베푼 데 이어 두 번째 열매를 지켜봤다. 그는 “한국교회 초청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예정”이라며 “내년에 목사 안수를 받는 현지 교인이 앞으로의 세례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A선교사와 김 목사 등 구하리교회 선교팀은 세례식 후 인근 사창가 마을을 돌며 쌀과 콩, 기름, 과자 등이 담긴 선물 보따리 300여개를 나눴고, 가정마다 축복 기도를 했다.

신은정 기자, 김동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