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당에 팽배한 불신… 팬덤 정치를 이끄는 힘

입력 2023-03-09 20:54

‘노사모’에서 시작해 ‘박사모’ ‘문파’ ‘개딸’까지 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집단 행동이 정치를 흔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이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정치 참여는 ‘팬덤 정치’라고 불리며, 주로 부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사회학 연구자 조은혜의 책 ‘팬덤 정치라는 낙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 적극 지지자 13명에 대한 심층 면접 조사를 바탕으로 팬덤 정치를 극단주의나 비정상으로 보는 지배적 시각에 도전한다.

저자는 먼저 팬덤 정치가 정치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당과 정치가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팬덤 정치가 등장한 것이지 팬덤 정치 때문에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팬덤 정치라는 담론이 정당의 실패, 정치의 실패를 은폐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정당이나 의회 등 대의 권력에 대한 불신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이런 불신이 탈정치나 반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대신 더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덤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팬덤 정치를 ‘인물 지지 정치’라고 재정의한다. 그러면서 인물 지지 정치를 과거 보스 정치 시절의 ‘인물 중심 정치’와 구분한다. 인물 중심 정치에서는 시민들이 동원의 대상에 가까웠다면 현재의 인물 지지 정치에서는 시민들이 정치인을 선택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정책이나 이념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은 위험성을 가진다. 팬덤 정치의 특징인 ‘절대적 지지’ ‘무조건적 지지’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저자는 인물 지지라는 경향 역시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절대적 지지로 표상되는 인물 지키기는 맹목적인 숭배가 아니라 “개혁의 움직임을 반대하는 세력의 존재와 그들의 정치 보복 가능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팬덤 정치를 사회변화를 위한 시민들의 참여 행동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을 위한 지지 활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한다. 그는 “절대적 지지의 강박에서 벗어나라” “혐오와 배제를 더 단호히 비판하라”고 조언한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