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바퀴 모양의 궤도를 따라 느리게 회전하는 대관람차는 프랑스 에펠탑의 대항마로 미국에서 고안한 구조물이다. 1889년 파리 엑스포에 에펠탑이 등장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란 명성을 얻자 미국은 4년 뒤 시카고 엑스포의 상징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바퀴’를 선보였고, 에펠탑이 그랬듯이 건축가 이름을 따서 ‘페리스 휠’이라 불렀다. 높이는 80m, 한 바퀴 회전에 20분이 걸렸다.
웅장함에 이끌려 엑스포 기간 중 무려 160만명이 탑승하자 세계 각지에 비슷한 바퀴가 속속 지어졌다. 치밀하게 지적재산권을 관리한 에펠과 달리 페리스는 특허를 내지 않고 요절해 너도나도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져서인지 바퀴는 계속 커졌다. 100m 넘는 것이 여기저기 들어서더니, 21세기 들어 런던 아이(135m) 중국 난창지싱(160m) 싱가포르 플라이어(165m) 라스베이거스 하이롤러(168m)가 차례로 등장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가장 큰 것은 두바이 인공 섬에 있는 ‘아인 두바이’(257m)다.
에펠탑을 본떠 도쿄 타워를 지은 일본은 대관람차연구가란 직업이 생길 만큼 거대한 바퀴도 열심히 세웠다. 빌딩과 한 몸인 ‘헵파이브’, 타원형 ‘에비스 타워’ 등 이색적인 것이 많다. 2018년에는 오사카의 헵파이브를 배경으로 한·일 합작 영화 ‘대관람차’가 만들어졌다. 아주 느린 템포의 로드 무비인데, 이희섭 감독은 “대관람차를 탈 때의 경험처럼 사람들이 눈앞의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있는 것도 내다보며 쉬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서울시가 8일 초대형 대관람차 ‘서울링’(180m)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크기는 세계 두 번째지만, 해발 98m 상암동 하늘공원에 들어서니 아인 두바이보다 높은 데서 조망할 수 있지 싶다. 대관람차의 매력은 느리게 높이 올라가 멀리 보는 데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서울이 느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얻게 됐다. 도시의 상징이란 무게는 좀 내려놓고, 일상에 쫓기는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는 곳이 되면 좋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