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투표율…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투표 촉각

입력 2023-03-08 00:02
국민의힘 안철수(왼쪽부터),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흘에 걸쳐 진행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원투표가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7일 마감됐다. 당권 주자들은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 실현 여부에 대해서도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투표가 종료된 이날 최종 투표율이 55.10%(83만7236명 중 46만1313명 투표)라고 밝혔다. 역대 가장 흥행했던 2021년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 45.36%를 훌쩍 넘긴 수치다.

유력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김기현한테 힘 실어주자는 것이 현장에서 강한 정서로 느껴진다”며 “나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아 (높은 투표율은) 나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 결선투표로 가는 것이 좋지 않냐’는 질문에는 “1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면 그 자체가 훨씬 더 큰 흥행”이라고 답했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결선투표행을 염두에 두고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침묵하던 부동층의 표가 결국 자신을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침묵했던 당원들이 본격적으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누구를 밀어야 한다고 하면서 주위에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분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후보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결선투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개혁의 길을 당원들이 선택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 측 관계자도 “투표율이 올라가면서 결선 진출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본다”며 “우리 쪽 지지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결선투표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선투표로 갈 요인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투표율이 높을수록 김 의원을 향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조직표의 영향력은 떨어지고 표 쏠림 현상도 적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친윤과 반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중도표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후반으로 갈수록 중도 표심이 안 의원에게 몰리면서 김 의원의 과반 득표 가능성은 작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결선투표 가능성을 작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친윤계 한 재선의원은 “자발적 투표율도 높지만 조직표도 많이 가동됐다”면서 “투표를 많이 했다는 건 윤석열정부의 안정을 지지하는 표가 쏠린 것이라 결선투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초선의원도 “최근 1주일 사이 분위기를 보면 결선투표 없이 김 의원에게 과반의 표가 갈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표를 막으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구자창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