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박스피(박스권+코스피)’다. 코스피는 2021년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다.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는 2200~2700포인트를 오가는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형국이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1배다.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코스피 상장사가 보유한 사옥 등 자산을 모두 판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PBR 1배 미만을 일반적으로 저평가 상황이라고 본다.
올해 코스피가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 3000포인트를 재탈환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를 찾기는 어렵다.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선임가치본부장은 7일 “올해는 반도체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작년보다 내려갈 것으로 보여 코스피 3000포인트 재탈환은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2800포인트는 가능할까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이면 증시는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은 올해 하반기 들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동결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는 2800포인트 후반까지 무난하게 회복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런던 금융시장 마감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 이사는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것”이라며 “외환시장 연장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국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지난달 미국 증시 하락에도 코스피가 예상 밖의 방어력을 보였던 것도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중국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1994년 이후 세 번째로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한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반도체 업종
물론 3000포인트까지 오르려면 근본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커져야 한다. 과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양기정 밸류시스템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우리나라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과거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던 구간에서는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적어도 50% 이상씩 상승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례없는 지수 상승을 보였던 2020~2021년을 보면 이익이 급등했음이 확인된다. 2020년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164조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281조원으로 급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이 낮아진 것은 내년 기업이익을 높여줄 긍정적인 요소다. 신 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급등은 기업 이익을 깎는 주요 원인이었다”며 “현재는 원자재와 에너지값이 고점 대비 하락한 수준이다. 내년에는 기업이익이 회복되는 잠재 요건은 마련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기업의 실적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기 때문에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챗GPT 열풍으로 반도체가 장기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업종은 역사적 밸류에이션 저점에 가깝다. 디램(DRAM) 가격이 언제 올라올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위한 제도 개선도
코스피 3000포인트 탈환을 위해서는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 이사회는 소액주주에 대한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시장과 큰 차이점”이라며 “전체 주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는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배당성향 예측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는) 배당수익률이 낮고, 배당성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미래 성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해 장기투자문화가 조성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중복 상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와 LG화학 사례가 꼽힌다. 양 대표는 “자회사를 상장시키면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먼저 증시에 상장돼 있었던 모회사 주가에 할인 요소로 작용해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태 엑스포넨셜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1~13배 수준으로 역사적 상단 수준이지만,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선 20% 이상 저평가돼 있다”며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이 해소돼 PER이 20% 상승하면 3000포인트 재탈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김지훈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