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2조 베팅 대반격… K팝 타고 글로벌 ‘빅점프’ 승부수

입력 2023-03-08 04:09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 공개매수한다고 7일 밝혔다. 성공하면 카카오는 SM의 최대 주주가 된다. 이날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 SM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선택했다. ‘원조 K팝 기획사’인 SM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려는 카카오의 전략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단이 초강수를 불렀다. 카카오에서 하이브의 K팝 산업 독점을 비롯해 네이버·하이브·YG엔터테인먼트의 ‘3각 동맹’을 견제하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까지 SM 주식 35%(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7일 밝혔다. 총 인수금액은 1조250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절반씩 부담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는 SM 지분 39.9%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오른다. 지난 3일 법원 결정으로 SM 지분 인수가 무산된 뒤 하이브를 겨냥해 ‘반격’에 나선 것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며 공개매수에 나선 이면에는 여러 목적과 이유가 자리한다. 우선 K팝 콘텐츠의 IP를 확보하는 건 카카오의 경영비전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실현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보유하고 있고 웹툰·웹소설, 드라마·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콘텐츠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업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K팝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한다. 카카오에서 SM 경영권을 확보하면 카카오의 웹툰에 SM 소속 아티스트를 본뜬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식의 다양한 콘텐츠 융합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플랫폼 유통 경쟁력,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기술 역량, SM 콘텐츠 간 결합의 ‘시너지’를 강조한다.

또한 카카오가 총력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네이버·하이브·YG 동맹’ 견제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네이버는 2021년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 지분을 49% 사들이고, 자사의 팬덤 플랫폼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해 8%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네이버 역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M 인수전이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빅테크 간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에 앞서 SM 경영권을 가져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도 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