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와 긴축 기조에 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파산 문턱까지 간 상장사도 등장했다. 전문 기관투자가들도 바이오 투자에 ‘물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사(VC)가 바이오와 의료 분야에 새롭게 투자한 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2021년(1조6770억원)보다 34%나 줄어들었다. 인구 구조 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바이오 투자는 2017년부터 꾸준히 늘어왔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유지됐지만, 지난해 5년 만에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3월2일까지 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인 더 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총 245억원의 자금이 바이오 분야에 투자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41억원)에 비해 86.6% 줄어든 수치다.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이미 상장된 바이오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업체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도 큰 손실을 입고 있다. 항암 신약을 개발중인 코스닥 상장사 뉴지랩파마에 꾸준히 투자해온 자산운용사 토러스자산운용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채권자의 파산신청이 이어지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뉴지랩파마는 6일 거래 재개후 이날까지 연속 2거래일 하한가를 맞으며 주가가 급락했다. 뉴지랩파마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 넘게 급락했다. 뉴지랩파마 지분 12.77%을 보유한 토러스자산운용은 최소 수백억원대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뉴지랩파마의 고전은 바이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밝힌 채권 규모는 30억~45억원 수준이었다. 예전처럼 외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면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의 바이오 투자 손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KB증권도 바이오테크 엔지켐생명과학의 주식을 장내에서 420만주 매도하며 약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KB증권은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가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주식을 떠안으며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마찬가지로 바이오 투심이 악화한 영향이다. KB증권은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손실을 머금고 매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벤처 기업과 청년들이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산업직접단지)’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시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으면서 신규 투자를 줄이는 추세”라며 “먼저 투자한 회사에 대한 제한적인 후속투자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