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 사건 당사자를 대면 심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려고 하자 검찰이 7일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며 검찰과 같은 편에 섰다. 법원은 오는 9일부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전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이 문제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전국 66개 일선 검찰청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치고 대법원이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대검은 의견서에서 “압수수색 영장 대면 심리 제도는 주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로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될 염려가 있고, 별도의 심문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의견서에는 또 개정안처럼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을 명시하도록 할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져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담겼다.
검찰은 ‘영장 발부 전 심문 관련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과 검사를 심문할 수 있다’는 개정안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심문 범위가 제한되지 않아 피의자나 변호인을 심문할 길을 열어뒀고, 이들에게 압수수색 여부나 강제수사 착수 시점 등 민감한 수사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도 “수사의 밀행성에 반하고 사실상 법원이 수사 주재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냈다.
반면 법원은 수사기관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는 압수수색 영장 남발로 인한 국민 기본권 침해를 막자는 것이고, 제보인이나 피의자 등 사건 당사자보다는 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주된 사전 심문 대상이 될 것이기에 수사기밀 유출 등 우려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검찰이 영장에서 ‘등’을 붙여 범위를 넓히는 경우가 있어 구체적 압수수색 범위에 대한 검사 사전 심문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에서 그간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할 때 과도하게 많은 것들을 걸어 청구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개정안 취지는 이에 제동을 걸어 더 신중한 판단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오는 9~10일 1박2일간 충남 부여에서 열리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수사기관 우려까지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형민 임주언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