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늘어나는 전력 수요 대응… 수소연료전지가 대안”

입력 2023-03-08 04:05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양정숙 무소속 의원, 정태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변 사장, 전해철 민주당 의원, 강병원 민주당 의원, 서동용 민주당 의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연구실장이다. 뒷줄 왼쪽부터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 배성준 SK에코플랜트 상무,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원욱 민주당 의원, 권혁수 에너지산업진흥원 이사장, 김용채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부회장, 신종수 국민일보 편집인. 이한결 기자

“과거 한국에선 전 국민이 따뜻하게 사는 게 에너지 산업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친환경·탄소중립의 시대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춘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권혁수 에너지산업진흥원 이사장)

7일 국민일보와 국민의힘 이종배·김정재 의원 및 더불어민주당 전해철·강병원·권칠승·김종민·서동용·정태호 의원이 공동 주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선 2050 탄소중립 전환을 앞둔 한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놓고 전문가 제언이 쏟아졌다. 특히 반도체·전기차 등 차세대 성장산업을 육성하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해법으로 ‘분산에너지’를 꼽았다.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에너지 인프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친환경·지역균형 형태의 분산에너지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도심지 전력 수요에 대비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제정 등의 입법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기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연구실장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이 더 늘어나면 수도권 일대에서 정전 사고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에서 대규모 발전소는 해안에 몰려있다. 반면 전력 수요가 큰 수도권의 전력 자립도는 3%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올 송·배전 설비를 갖추는 데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김 실장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도 지방에 밀집해 있다. 전력 수요와 공급의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전력 소비가 많은 도심지에서 수소연료전지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력을 얻는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차세대 친환경 발전으로 손꼽힌다. 김 실장은 “미국은 자가발전용 연료전지를 보조전력으로 활용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상업용 전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등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연료전지를 통해 자가발전을 의무화한다면 전력 수급균형을 맞추고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 정책을 반도체·데이터 센터·전기차 등의 신 성장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본다. 전력 수요가 큰 이들 산업이 성장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오는 2029년까지 국내에 세워질 데이터센터의 92.2%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들어갈 전력 수요만 새울원전 2호기(옛 신고리 4호기) 10기 규모인 1.4기가와트(GW)로 추산된다. 또한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를 세웠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전기가 부족하고 지역은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런 전력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도 충분히 발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계는 정부와 국회의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는 “새로운 에너지 신기술을 개발해도 현행법에 막혀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지 못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준 SK에코플랜트 상무는 “분산에너지법을 시행하면, 도심지에 자리한 대규모 전력 수요시설의 발전원으로 연료전지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분산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치 의지와 입법 지원을 강조했다. 이종배 의원은 “분산에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함께 국회수소경제포럼을 이끄는 전해철 의원도 “오늘 토론회 성과가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토론회장을 깜짝 방문한 민주당 이원욱·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데 국회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