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가 돼야 한다. 만화를 그리던 처지에서 이제 만화 속 주인공이 돼야 생존할 수 있는 이들. 웹툰 작가 겸 유튜버인 이말년, 주호민, 기안84와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가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에서 만났다.
‘만찢남’은 웹툰과 예능을 접목해 방송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소 유튜브에서 극강의 케미를 보여주는 ‘침펄기주’(이말년·주호민·기안84·주우재)의 예능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제작진은 몰타 여행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이들을 무인도로 데려갔다. 의식주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는 ‘섬 페이’가 필요하다. 섬 페이는 이 모든 일을 기획한 ‘외부설계자’가 그려놓은 만화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야 받을 수 있다.
‘침펄기’(이말년·주호민·기안84)가 웹툰 작가답게 기발한 발상을 행동으로 옮긴다. 기안84는 바람 빠진 배구공을 주워 얼굴을 그리고 가발을 씌웠다. 무인도 수호신이다. 이들이 수호신 앞에서 기도하는 기괴한 광경은 웃음을 자아냈다.
연출을 맡은 황재석 PD를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티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기안84, 이말년 작가님이 만화를 창의적으로 가공하는 걸 보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웹툰 작가로서 기본적인 역량, 기발함이 뛰어난 분들”이라며 “이들과 함께하면 기존 예능과 다른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황 PD는 MBC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소속이다. ‘침펄기’와 웹 예능을 만들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들과 기존 방송이 아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만찢남’을 기획하고 티빙과 손을 잡았다.
초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을 완벽하게 속여서 무인도에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황 PD는 “전문 예능인이 아니니까 이 기획을 다 오픈하고 가면 리액션이 재미없을 것 같았다. 리얼함을 살려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월 27일 ‘만찢남’의 첫 방영이 시작된 후 ‘이전에 못 보던 기획이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예능은 없었으니까 우리가 첫 도전”이라고 했다. 방송 곳곳에 만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었다. 출연진이 만화 속 장면을 따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인도의 전경도 만화처럼 표현하기 위해 색 보정에 힘썼다. 만화적인 컴퓨터그래픽(CG)과 말풍선도 집어넣었다.
무인도에서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특히 물품 수급이 가장 고됐다. 출연진이 무인도에서 3주 동안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도 많았고, 외부설계자가 그린 그림에 대해 ‘수정권’을 획득한 출연진이 컷을 바꾸면서 새로 필요한 소품도 계속 생겼다. 황 PD는 “배가 떠야 물품이 올 수 있는데 날씨 때문에 배가 뜰지 안 뜰지 예측할 수 없어서 항상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에서 ‘침펄기’가 보여주는 모습과 차별되는 재미를 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대부분 토크 위주잖아요.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침펄기’의 새로운 모습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이들을 잘 모르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들려고 했죠.”
‘만찢남’은 만화처럼 하나의 큰 줄거리가 있다. 출연진은 이제 생존을 넘어서 자신들을 무인도에 데려와 고생을 시키는 외부 설계자가 누구인지 추리해 나간다. 황 PD는 “‘만찢남’을 하나의 시트콤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