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결전의 땅인 일본 도쿄로 향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노리는 이강철호는 성적은 물론 한국 야구의 명예회복·흥행·세대교체까지 막중한 과제를 안고 출격한다.
2023 WBC는 8일 대만 타이중에서 A조 쿠바와 네덜란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6년 만에 돌아온 전 세계 야구 축제다. B조에 속한 한국은 9일 도쿄에서 호주와의 첫 경기 후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한국은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치른 WBC 대회 전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를 7대 4로 꺾으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전날 2대 4로 패했던 오릭스 버펄로스전에서 드러난 수비실책과 부진했던 득점력을 보완한 모습이었다.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4회초 1사 1·3루에서 박병호의 땅볼로 1점을 따라붙었고, 5회 최정, 양의지, 강백호의 연속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토미 에드먼의 볼넷으로 무사만루 상황에서 김하성이 병살타를 쳤지만 3-2로 역전했고, 상대 폭투로 4-2까지 벌렸다. 8회초 교체투입된 김혜성이 솔로포를 터뜨렸고, 박건우의 2루타와 박해민의 기습 번트안타까지 총 7점을 냈다.
전날 실책 3개로 허점을 보인 수비진도 짜임새 있는 모습을 되찾았다. 2루 에드먼, 유격수 김하성은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선보였고 3루수 최정도 안정감이 있었다. 이 감독은 “준비는 다 된 것 같다”며 “좋은 분위기로 도쿄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출국 전인 지난 3일 “모든 걸 쏟아붓는 전사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우선 목표는 국제무대 명예 회복이다. 한국은 1, 2회 대회에서 각각 4강(2006년), 결승(2009년)에 올랐다. 하지만 2013년 대만·네덜란드, 2017년 이스라엘·네덜란드에 밀리면서 본선 1라운드 탈락의 치욕을 맛봤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6개국 중 4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WBSC) 주최로 열리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선 좋은 성적을 냈지만 대회 자체의 수준에 의문부호가 따라붙으며 온전한 명예 회복에까진 이르지 못했다.
주춤한 국내 야구 인기를 되살리는 것도 과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996년 450만명 가까이 입장한 이후 11년간 200만~300만명대를 오갔던 프로야구 정규시즌 관중 수는 초대 WBC 4강 진출 이듬해인 2007년 다시 400만명대로 올라섰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를 쓴 2008년엔 526만명, 2회 WBC에서 준우승을 거둔 2009년엔 593만명으로 늘어났다.
2016~2018년 3년 연속으로 800만 관중을 넘어 뜨겁게 타오르던 야구 열기는 이후 정체됐다. 코로나19가 결정타였지만 팬데믹 전인 2019년에도 이미 2018시즌 대비 80만명 가까이 야구장을 덜 찾았다. 세계대회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야구계 시각이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교 구실도 기대한다. 이대호, 오승환을 비롯해 2000년대 후반부터 굵직한 국제대회에 나섰던 선배들의 빈 자리를 강백호나 고우석 등 후배들이 메워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활약을 바탕으로 해외 상위 리그에 진출한다면 더 장기적인 선순환도 가능하다. 2009년 WBC 직후 미국 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BA)가 선정한 상위 유망주 20명에 든 한국 선수 4명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관건은 결국 성적이다. 잘 풀리면 한국 야구를 위기에서 건져낸 철벽 구원투수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여러 해외 전문가와 매체들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20개국 중 7~8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전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행 티켓이다. 성배와 독배 사이에서 주사위는 던져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