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제2공항 추진, 객관성·투명성 높여야

입력 2023-03-08 04:05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2021년 7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제2공항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하는 과정에서 전문기관들의 ‘부적정’ 의견을 묵살한 듯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업 추진의 정당성, 타당성 시비를 자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환경 보호 정책의 주무 부처로서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환경부는 지난 6일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야당 의원을 통해 뒤늦게 알려진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는 이와 다르다. 국립생태원은 환경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맹꽁이와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미흡하고 항공기 이착륙 방향에 따라 조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의 독특한 지형인 숨골에 대해서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선정하고 적정한 사업 규모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검토보고서에서 맹꽁이를 비롯한 멸종위기생물과 숨골, 상수원 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2021년 7월 반려된 후 국토교통부가 평가서를 다시 보완해 제출했지만 사업 대상지의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두 기관의 공통된 결론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국립생태원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부정적인 의견을 일부러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제주도민들 사이에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앞으로 거쳐야 할 절차도 많이 남아 있다. 정책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의심받게 되면 사업 추진이 어려울 뿐더러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부를 게 뻔하다. 환경부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