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여자월드컵을 후원한다고?

입력 2023-03-08 04:05
주 필리핀 호주·뉴질랜드 대사, 필리핀축구협회 사무총장,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 등이 지난 1일 필리핀에서 2023 여자월드컵 우승 트로피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여자월드컵은 여성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설로 시끄럽다. AFP연합뉴스

여성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2023 여자월드컵 후원 가능성이 제기되자 개최국 호주·뉴질랜드가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여자월드컵 포스터를 공개한 가운데, 후원설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제임스 존슨 호주축구협회 최고경영자(CEO)는 6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측과 (FIFA의) 파트너십은 우리 모두의 비전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마음 편하게 이 협력 관계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동 주최국인 뉴질랜드축구협회도 “수십 년간 양성평등을 가장 중요시했고 이러한 이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호주축구협회와 함께 FIFA에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7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축구협회는 다음주 르완다에서 열리는 FIFA 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1월 말 사우디 관광청의 브랜드인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가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등 브랜드와 함께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너십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곧바로 선수들의 비판이 뒤따랐다. 아스널 WFC에서 뛰고 있는 네덜란드의 비비아너 미데마는 “FIFA가 이런 식의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대표팀의 상징인 알렉스 모건도 “도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FIFA에 “올바른 일을 하라”고 촉구했다.

파트너십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반대가 거센 데는 이유가 있다. 사우디가 대표적인 여성인권 탄압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 호주지부는 “사우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직업조차 가질 수 없다”면서 “여성 인권 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사우디가 여자월드컵을 후원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우디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사우디 여성에게 3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32개국이 출전한 이번 여자월드컵 본선은 7월 20일부터 한 달간 열린다. 존슨 CEO는 이번 성명에서 “FIFA로부터 파트너십의 세부 정보를 받을 때까지 호주, 뉴질랜드축구협회와 지역사회를 대표해 반대 의사를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