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대광교회(조광희 목사)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교회엔 하얀색 스타리아 차량이 도착했고, 이 차량은 강원도 춘천의 작은 교회인 지암교회를 10년 넘게 섬기고 있는 김재신(47) 목사에게 전달됐다. 김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도들에게 승합차가 생기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성도들이 정말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어요. 승합차는 지암교회가 처음으로 갖게 된 차량입니다. 이 차를 통해 지암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특이한 것은 지암교회에 승합차가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었는데, 그 중심엔 ‘미션카선교회’가 있었다. 선교회는 차량을 기증하려는 성도나 교회를 차량이 필요한 곳에 연결해주는 단체다. 2020년 2월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 전달된 ‘1호 미션카’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24대의 미션카가 탄생했다.
미션카선교회를 통해 주인이 바뀐 차량은 성도나 교회가 사용하던 중고차였다. 하지만 지암교회에 전달된 차량은 달랐다. 신형 승합차였고 차량 구입에 힘을 보탠 이들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차량은 매달 70만원씩, 60개월 할부 형태로 구입했는데 할부금의 절반은 지암교회가 나머지 절반은 서울 혜명교회(송윤범 목사), 경기도 용인 대광교회(조광희 목사), 경기도 안산 하늘품교회(박주호 목사), 서인천교회(이정신 목사)가 함께 부담하기로 했다. 차량을 전달 받은 김재신 목사와 이들 교회의 담임목사 4명은 1976년생 동갑내기로 감리교신학대 95학번 동기들이다. 미션카선교회에서 ‘대표 디렉터’로 사역하는 이주헌(경기도 김포 무지개교회) 목사도 감신대 95학번이다.
이주헌 목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감신대 동기들이 미션카선교회 사역에 공감해 시작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논의 끝에 시골 교회에서 사역하는 또 다른 동기에게 차량을 전달하자는 데 뜻을 모으게 됐다”며 “승합차가 지암교회의 ‘선교의 발’이 됐으면 한다” 말했다.
“많은 교회가 차량이 없어서 선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폐차 직전의 차량을 사더라도 300만~400만원이 드는 탓에 차량 구입이 힘든 곳이 많습니다. 차량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정비한 뒤 필요한 곳에서 다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미선카선교회 사역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힘을 보탠 목회자들은 승합차를 통해 대학 동기 목회자에게 나눔을 실천하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조광희 목사는 “이번 일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차량을 통해 친구가 새로운 목회의 동력을 얻게 됐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정신 목사는 “미션카선교회를 통해 더 많은 교회들이 선교에 필요한 차량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