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중 목사의 선교적 삶] ‘그러므로’의 삶과 예배

입력 2023-03-08 03:03

사도 바울은 로마서 전반부(1~11장)에서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에 대해 말씀하고 후반부(12~16장)에서는 ‘믿음을 통해 의롭다 칭함을 받은 자’의 삶에 대해 말씀한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단어가 로마서 12장 1절의 ‘그러므로’라는 접속어이다. 즉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듣고 믿음으로 구원받았으니 그러므로 이제부터 구원받은 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로마서 전체의 줄거리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 많은 성도가 이 ‘그러므로의 삶’에 실패하고 있다. 그래서 교회 밖 사람들이 기독교인을 향해 실망을 나타내고 있다. 신자들에게서 구원받은 자로서의 삶, 즉 그러므로의 삶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를 세운 고 옥한흠 목사님은 “오늘날 한국교회 타락의 주범은 바로 이 ‘그러므로’가 없는 생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러므로의 삶이란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그러므로의 삶이란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삶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우리 삶 전부를 통해 드리는 영적인(합당한) 예배’라는 것이다.(롬 12:1) 한마디로 우리 삶으로 드리는 예배가 하나님께 드릴 가장 합당한 예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러므로’의 삶으로 드리는 예배는 어떤 것일까. 하나님의 구속의 사랑과 은혜에 대해 감사와 감격으로 드리는 우리의 응답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구속의 은혜에 감사하되, 예배당 안에서 예배드릴 때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현장과 영역에서 하나님 은혜에 응답하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은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권면한다. 예배의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면(시 29:2) 성도들은 먹든지 마시든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즉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장에서 일할 때도,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공부를 할 때도, 시장에서 장사할 때도, 가정에서 식구들을 위해 가사 일을 할 때도, 연구실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드려야 할 합당한 예배는 예배당 안에서 행하는 어떤 의식이나 행사가 아니라 온 세상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보고, 우리의 모든 일상과 그에 따른 행동을 그 안에서 행하는 예배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라틴어 문구가 있다. “라보라레 에스트 오라레, 오라레 에스트 라보라레(Laborare est orare, orare est laborare)”라는 문구다. 일하는 것이 곧 예배하는 것이고 예배하는 것이 곧 일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하나님께 드릴 예배는 예배당 안에서 만으로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 주일 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세상 속으로 나가 각자 처한 삶 속에서 하나님과 사람들을 섬기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합당한 예배의 본질이다. 주일에 시작한 예배는 월요일 아침부터 맞이하는 일상의 모든 공간과 상황(일터 학교 가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예배를 위한 장소가 돼야 한다. 이렇게 ‘그러므로의 삶’으로 드리는 예배를 기독교 예배학에서는 ‘예배 이후의 예배’(Liturgy after liturgy)라고 부른다.

(주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