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을사늑약… 굴욕적 외교” 피해자 측 강력 반발

입력 2023-03-07 04:07 수정 2023-03-07 04:07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최대 외교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 측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이 반대 뜻을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앞서 “먼저 간 사람들에게 떳떳한 결과를 바란다”고 했고, 다른 또 한 명의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측은 정부안을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체는 6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배상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소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아무런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 외교”라고 반발했다.

대리인단 임재성·김세은 변호사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정부 해법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임 변호사는 “현재 생존 중인 피해자 3명(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모두 한국 정부안에 대해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정부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피해자 의견 수렴 절차가 대리인단과 지원단체를 배제한 형식적 수준에서 그쳤다고 지적했다. ‘미래청년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선 “외교참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이자 일본 정부의 세리머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5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3명이고, 나머지 12명은 유족들이 대리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 4명의 유족들만 정부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대리인단은 피해자들의 배상 채권 청구를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 산하 재단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에 대해 법원 공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피해자들과 국내 기관 등 사이에서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절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우리 민법에서는 제3자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 의사 표시로 허용하지 않을 때는 제3자 변제를 금지한다. 이런 조항에 따라 피해자 측이 거부하면 재단의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이번 사건과 같은 손해배상 소송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법원은 공탁이 이뤄지면 변제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것 같다. 이 경우 강제집행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