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2019년부터 적용된 일본의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규제 해제를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양국 정부는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 무역 관계가 4년여 만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부는 수출규제에 관한 양국 간 현안 사항에 대해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협의를 신속히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정책관은 “한국 정부는 관련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곧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의 일정은 상반기 내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은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섰다. 같은 해 8월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9년 9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양국은 접촉을 이어왔지만 2020년 6월 이후에는 대화가 중단됐다.
일본이 향후 수출규제를 풀면 공급망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200억 달러가량으로 추산되는 대일 무역적자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강 정책관은 “WTO 분쟁 절차 중단은 철회가 아닌 잠정 중지”라며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소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또 일본과의 수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별개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하기로 했다.
세종=박세환 심희정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