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돈잔치’를 벌인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특정 기간 기업의 이익을 횡재세 방식으로 환수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서 실제 도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서민의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돼있다.
대표적으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는 은행권의 출연 비율을 지금(0.03%)보다 2배로 인상하는 내용을 서민금융법 개정안에 담았다. 이렇게 되면 출연금이 현재 약 1100억원 수준에서 22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정유사·은행의 초과이득 50%를 법인세로 걷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번주 중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준금리가 1년 내에 1% 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금리 급상승기에 은행의 순이자수익이 5년 평균 120%를 초과한 금액을 초과순이자수익으로 규정하고, 이중 10%를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당인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법 1조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를 명시한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처럼 정유사가 촉발한 횡재세 도입 주장이 최근 은행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고금리 상황에서 서민 부담이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부터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국민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 등으로 18조원이 넘는다. 해외에서도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은행 이자·수수료 수입에 4.8%의 횡재세율을 적용해 예대마진을 국고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에 미온적이어서 실제 도입이 될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은행이 돈을 번 만큼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면 되는 것이지 기업 이익을 쫓아가면서 그때그때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우리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