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피해배상 판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정부 해법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사 최대의 치욕,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뭐가 다르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가히 ‘삼전도 굴욕’(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한 것)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은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면서 “정부는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됐던 위안부 졸속 협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무릎 꿇게 만든 윤석열정부의 굴종 외교를 규탄한다”며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에 국민은 치욕스럽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이번 해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제2의 경술국치로, 오늘은 계묘국치일”이라며 “윤석열정부 스스로 국권을 포기한 대한민국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의 반성과 사과 없이 기업이 모금한 돈으로 강제징용 희생자를 배상하는 것으로 국가 권리를 포기한 윤 대통령”이라며 “1910년 한·일 합방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뭐가 다르겠냐”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적극 엄호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강제징용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폭탄 돌리기식으로 아무도 손대려고 하지 않았지만, 윤석열정부는 국익과 미래를 위해서 대승적인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국적 시각에서 정부가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두의 동의를 다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제 정세와 한·일 관계를 종합해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오늘의 발표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라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피해자와 유족들,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소통하고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일 정현수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