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전쟁이 뜨겁다. 현재 수요 접수 중인 반도체 특화단지는 세제 혜택 및 예산 등의 부문에서 정부 지원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조 단위의 경제 효과 및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마다 자원 이용의 유리함, 유기적인 산학연의 시너지 효과, 반도체 기업 밀집성 등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추진 초기에는 ‘수도권 외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반도체 특화단지의 지방행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가첨단전략산업 및 기술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그 지원시설이 집단적으로 입주해 있거나 입주하려는 지역’을 특화단지 우선순위로 고려하자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수도권에도 특화단지가 조성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일부 지방 지자체는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기반으로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수도권 한 곳에 특화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K칩스법에도 불구하고 2023년 상반기로 예정된 특화단지 타당성 평가 진행 시 지방 지자체에서 지역균형발전을 무기로 삼을 것이라는 의견이 조용히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완벽하게 배제하고 K칩스법에 기반해 오롯이 반도체 초격차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만을 평가해야 한다. 반도체 특화단지의 유기적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까지 형성된 산학연과 기업 인프라 및 인력이 가장 중요한데, 지역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지방에 특화단지가 조성될 경우 이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수도권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의 이주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이주로 인한 직원들의 퇴사 가능성 역시 큰 리스크다. 역발상을 통해 기존에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소외됐던 신규 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기존 기업이 가진 노하우를 따라가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세계 주요 경제 강대국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첨단기술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술패권을 확보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에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 발전을 장려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것이 바로 그 어떤 산업보다도 반도체 부문에서의 초격차기술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반도체 특화단지가 결정된다면 현실적으로 기술패권 경쟁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특화단지 설립의 목적과 목표에 대해 상기하고,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금연욱 카이스트 석사과정기술경영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