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먹튀’ 스티븐 리 17년 만에 미국서 체포

입력 2023-03-06 04:05

‘론스타 사태’ 관련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가 이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다만 인도 재판 절차가 남아 있어 바로 한국으로 송환되는 건 아니다.

법무부는 법무부와 미국 당국의 공조로 미국 뉴저지주에서 이씨를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이씨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수조원대 차액을 남기고 되판 이른바 ‘외환은행 헐값매각 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2006년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이씨가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라 핵심 의혹 규명에 난항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복현 금감원장 등도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으로 수사에 참여했었다.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씨에게 여러 차례 입국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그는 소환에 불응했다. 2007년 재판이 시작된 뒤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이씨는 검찰이 본격적으로 론스타 수사에 나서기 직전인 2005년 9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검찰은 2006년 그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이씨는 앞서 2017년 이탈리아에서 붙잡혔지만, 10여일 만에 석방되면서 송환에 실패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새 지휘부 구성 후 론스타 사건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중순 일본에서 개최된 아 태 지역 형사사법포럼 참석했을 때 미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에 “스티븐 리 범죄인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는 미국에 이씨의 최신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 뉴저지주 연방 검찰청이 그를 현지에서 검거했다.

법무부는 “미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 결과 스티븐 리가 체포됐다”며 “미국 측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인도 재판을 진행해 그를 신속하게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