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트라웃이 방망이를 쥔 채 타석에 들어서고, 오타니 쇼헤이가 로진백을 매만진다. 매니 마차도가 강견을 자랑하고 에드윈 디아즈는 경기를 매듭짓고자 불펜을 나선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나 야구 게임의 한 대목이 아니다. 이번 주부터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충분히 일어날 장면들이다. 세계 20개국이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별들의 전쟁’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도 막바지 조율에 돌입했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5일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버팔로스 스타디움에서 첫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밤 일본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쉰 대표팀은 이날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스트레칭과 캐치볼, 타격 및 내야 수비 훈련을 이어갔다. 외신에 공개된 첫 공식 훈련인 만큼 일본 현지 취재진도 여럿 현장을 찾아 대표팀과 간판타자 이정후에게 높은 관심을 보냈다.
9일 열리는 호주와의 1차전까진 아직 시간이 있지만 이강철호의 대략적 선수 기용 윤곽은 이미 드러났다. 현재로선 타선 쪽은 거의 굳어진 상태다. 토미 에드먼과 김하성이 밥상을 차리면 이정후 김현수 박병호 클린업 트리오가 해결하는 구도다. 뒤쪽에선 최정 강백호 양의지 나성범이 공포의 하위타선을 이룰 전망이다.
몇 안 되는 변수 중 하나는 시차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컨디션이 떨어졌던 최정의 몸 상태다. 풍부한 경험과 여전히 리그 수위권을 다투는 장타력으로 무장한 그는 대표팀 15명의 야수 중 유일한 전문 3루수다. 미국 훈련 당시의 좋았던 감을 회복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여의치 않을 땐 ‘플랜 B’를 가동해야 할 수 있다.
다행히 백업 유격수 오지환이 최근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김하성은 빅리그에서 3루수로 출전하곤 했다. 이 감독은 “최정이 좋지 않으면 김하성이 3루수, 오지환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마운드는 타선보다 좀 더 유동적이다. 투구 수 제한 및 연투 금지 조항 등이 있는 만큼 본 대회 시작 이후에도 변수가 여럿 생길 수 있다. 다만 호주와의 첫 경기 선발로는 고영표가 유력하다. 그는 지난 3일 SSG 랜더스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대표팀 투수 중 가장 긴 4이닝을 소화하면서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호주 타자들에겐 생소할 법한 옆구리 투수라는 점, 땅볼 유도가 잦아 ‘한 방’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는 점 또한 고영표의 손을 들어주는 요소다.
대표팀은 6일과 7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한신 타이거스를 차례로 상대하며 투·타 미세 조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릭스전 선발로는 소형준이 출격한다.
한편 각국 스타 선수 중 일부는 불의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대표해 WBC에 나갈 예정이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무릎 부상 탓에 출전을 포기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일본의 간판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