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막겠다며… 인터넷銀 중·저신용자 대출 줄이겠다는 당국

입력 2023-03-06 04:04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신용 점수 하위 50%) 대출 공급 의무 완화’ 방안이 금융 취약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는 데다 시중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도록 한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5일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이후 카카오·케이·토스뱅크 3대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치를 금융당국과 협의해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는 각각 전체 대출의 25%, 42%였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25.4%)와 케이뱅크(25.1%)는 목표치를 간신히 넘겼고 토스뱅크는 40.4%로 1.6% 포인트 미달했다. 카카오·케이뱅크의 경우 각사의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전체 대출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충분히 공급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지금은 중·저신용자들이 경기 하강과 시중 금리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4.1%였던 경제 성장률은 올해 1.6%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연 0.5%에서 지난 1월 3.5%까지 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중·저신용자는 제2 금융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1월 기준 인터넷은행 3곳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6.3~7.9%, 저축은행 30곳은 13.4~19.8%다. 중·저신용자가 인터넷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다면 최대 연 13.5%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축소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2016년 인터넷은행 출범의 근간이 된 법은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다. 이 법은 자본금을 시중은행(1000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250억원만 모아도 인터넷은행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각종 건전성 규제 문턱도 낮춰줬다. 이는 기존 은행권이 외면하는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라는 조건으로 인터넷은행에만 내준 특혜로 해석된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도 충분치 않은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신용 점수 851점 이상)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에서는 시중은행보다 고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인터넷은행 3곳의 고신용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6.43%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 평균치(6.3%)를 0.13% 포인트 웃돌았다. 인터넷은행 3곳 중 케이뱅크(연 6.21~7.42%)의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특히 높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부담을 줄여 시중은행과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김종일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 과도한 이자 수익을 내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과점 체제를 깨는 것보다 사회 공헌 의무를 강화하거나 충당금 등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진욱 신재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