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16년부터 실종된 ‘시간 당 노동 보상’ 통계

입력 2023-03-06 04:0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공하는 한국 관련 지표 중 ‘시간 당 노동 보상(Labour compensation per hour worked)’ 통계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통계는 근로자 1명이 1시간에 생산해내는 부가가치, 즉 생산성을 살펴보는 지표 중 하나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현재 이 통계가 제공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기획재정부, 통계청 등 어느 부처도 왜 해당 통계가 단절됐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5일 OECD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 당 노동 보상 통계는 2015년 이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은 이 통계를 OECD 회원국에 가입한 이듬해인 1993년부터 제공했다. 이후 23년간 이어지던 명맥은 끊긴 상태다.

OECD는 시간 당 노동 보상 통계를 근로자가 받는 급여 및 고용주가 내는 사회보험 분담금 등의 총합을 전체 근무시간으로 나눈 값에 해당 국가 경제성장률을 대입한 수치로 정의한다. OECD는 각국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이 산식에 대입해 통계치를 산출해낸다. 때문에 통계가 단절됐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2016년 분부터 이 통계 생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게 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어떤 정부 부처에서 데이터를 제공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OECD는 통계 출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통계 작성자 정보 등을 담은 ‘메타 데이터’를 첨부한다. 그런데 이 통계의 경우 OECD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의 메타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대해 기재부나 노동 관련 통계와 밀접한 고용노동부, 통계청 모두 해당 통계 제공처 및 단절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통계치는 ‘최악’이었다. 한국의 시간 당 노동 보상은 1993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전년보다 증가했다. 근로자들이 매년 전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벌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통계는 2012년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치더니 2014~2015년에는 2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5년의 경우 증감율은 전년 대비 -4.1%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해 통계가 있는 36개 회원국 중 꼴지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 통계 체계와 (OECD 통계가) 맞지 않아 더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게 된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