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중 기독인은 의도치 않게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았다. 거리두기와 모임 인원 제한 등으로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했고 기독 문화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도 찾을 수 없었다. 사순절 기간도 다르지 않았다.
기독문화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사순절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경건과 절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기독인에게 사순절 기간은 미디어 등 여러 활동을 금지했다. 소극적인 ‘절제와 경건’의 시간”이라며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경건과 절제도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경건과 절제’의 방법은 무엇일까. 기독 문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그 방법을 소개한다.
미디어 금식… 멈춤 대신 현명한 절제
비대면 시기에 공연장 영화관 전시장에 가는 건 쉽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 등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됐다. 그런 이유로 이번 사순절엔 미디어 금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백 원장은 “5분짜리 숏폼 콘텐츠 보다가 2시간 훌쩍 지나는 경우도 많다”며 “온라인 미디어에 노출되는 걸 넘어 중독되는 수준이 됐고 관계 단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와 아예 단절할 수 없으니 현명한 미디어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 금식이 어렵다면 팻머스문화선교회(팻머스)가 사순절과 함께 진행하는 ‘미디어회복캠페인’을 참고해도 좋다. 팻머스는 고난주간 묵상집과 함께 기독인의 올바른 미디어 사용을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원래 이 캠페인은 팻머스가 미디어를 단절하는 ‘금식’ 개념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미디어를 완전히 중단할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따라 건강하게 미디어를 분별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고난주간이라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에 집중하고자 비기독교적인 문화를 절제하고 신앙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선택하자는 캠페인이다.
이번에 팻머스는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볼 만한 12편의 영화 리스트를 캠페인 웹사이트를 통해 추천했다. ‘오두막’ ‘뷰티풀데이인더네이버후드’ ‘일사각오’ ‘부활’ ‘쇼미더파더’ 등 드라마 다큐멘터리 판타지로 장르도 다양하다.
팻머스는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기독인 수도 적지 않다”면서 “OTT 플랫폼이 새로운 콘텐츠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중에도 기독교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보는 시도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일어난다. 기독인이 기독교 콘텐츠를 찾지 않으면,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면서 “생산이 있어야 퀄리티를 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관련 공연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코로나 기간 공연장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 백 원장은 “영화부터 음악 출판까지 기독 문화콘텐츠는 코로나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았다. 공연장을 찾고 책을 구매하면서 기독문화 종사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그들의 고난에 함께 동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경 속 룻기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루쓰’는 지난 5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다음달 2일까지 계속된다. 세계 공통어인 ‘사랑’을 루쓰와 보아스의 사랑으로 유쾌하게 재해석했다. 기독문화예술 전용 극장인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가 올해 첫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뮤지컬 ‘더북 : 성경이 된 사람들’도 있다.
묵상… 디지털부터 아날로그까지
묵상의 방법도 다양하다. 청현재이문화선교회 대표인 임동규 회장은 성경 필사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묵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임 회장은 “손으로 성경을 쓰는 과정 자체가 묵상이 될 수 있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깊이 있게 묵상하고 하나님 말씀을 자녀에게 주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순절 기간 성경 전권보다 사복음서에 집중해 필사하는 게 좋다는 제안도 했다. 임 회장은 “성경 필사의 부담을 가지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면서 “복음서 중심으로 써도 되고, 복음서 한권만 처음부터 끝까지 써도 좋다. 그것도 어렵다면 매주 목사님의 말씀을 쓰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청현재이는 거리에서 말씀을 만나는 방법도 제시했다. 2014년부터 진행하는 ‘청현재이 캘리그라피 말씀깃발전’이다. 청현재이는 말씀이 적힌 깃발을 교회에 내걸 수 있도록 사순절 기간이 되면 홈페이지에 깃발 파일을 올려놓고 제작 방법을 알려준다. 깃발전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6일 현재 121 교회가 참여했다.
책과 함께 사순절 기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국민일보 2월 24일자 33면 참조).
디지털 묵상도 놓칠 수 없다. 팻머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말씀을 읽거나 들을 수 있는 ‘쫑끗’ ‘바이타민’ ‘녹톡’ 등을 소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