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다루는 전문위원조차 검사 출신이라니

입력 2023-03-06 04:03
국민연금공단 사옥 모습. 국민일보DB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으로 선임된 한석훈 변호사의 적격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자료를 내고 “(한 위원은) 사용자 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로 법령상 자격조건을 갖추고 있어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나 여론의 시각은 싸늘하다.

2020년 기금운용에 대한 독립 의사결정체계 구축을 위해 신설된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 기금운용 수익 분석 등을 맡는다. 국민 노후와 직결되기에 전문성이 당연히 선임 조건 1순위여야 한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를 지낸 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상법 및 기업범죄를 주로 가르쳤다. 엄밀히 말해 그는 자산운용이 아니라 자금 범죄 전문가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운용수익률이 -8.22%, 평가 손실액은 약 80조원으로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저출산 등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계속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기금수익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국내외 경제 및 자본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연기금 및 금융 전문가들이 많이 와도 모자랄 판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무엇보다 여론이 가장 문제 삼는 건 왜 또 검찰 출신이냐는 것이다. 현 정부 장·차관 등 핵심 자리에 임명된 검찰 출신만 30명 가까이나 된다.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폭력 사건으로 물러난 게 일주일 전이다. 학폭 논란에 앞서 경찰 수사조직 수장 자리에까지 전직 검사를 택한 현 정부의 편향적 인사관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주요 자리에 검사 출신을 집어 넣었다. 이러니 “검사로 대한민국을 채우려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획일성과 순혈주의가 국정에 큰 장애라는 것은 운동권 출신을 중용한 지난 정부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대통령 당선 1년이 되도록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남 탓에 앞서 등잔 밑 비정상부터 해결해야 하겠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인사 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국민의 종잣돈을 다루는 소중한 자리부터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