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표에서 확인된 국회의원들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강성 지지층을 앞세운 반대파 겁박이 대세가 됐다.
당 정치혁신위원회는 최근 권리당원의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검토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혁신위가 검토했던 안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고, 지역위원장 평가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당원 역할을 확대하자는 명분이지만, 사실은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강성 지지층의 입당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천 심사나 지도부 구성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게 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혁신위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요즘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면 곧바로 역적이 되고 퇴출 대상자가 된다. 정체불명의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은어) 명단이 나돌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는 압박이 계속됐다.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에는 5일 현재 6만명 넘는 권리당원들이 동의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수박 7적’ 명단을 만들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도 포함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온 것은 이 대표 정치 노선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 한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적 문제를 민주당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현상에 대한 이의 제기였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방탄 노선에 대한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반성과 혁신 대신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반대파 색출과 겁박에 몰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던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이제 미국에 있는 이 전 대표를 공격하고, 경남 양산에 내려간 문 전 대통령까지 내분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당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정당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5% 포인트 하락한 2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 39%보다 10%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8개월 만이라고 한다. 이러니 윤 대통령에게 야당 복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대중의 민주당, 노무현의 민주당 전통을 말해왔다. 의견이 다르면 치열하게 토론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혁신해온 전통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