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다음 행보… 공개매수 선언, 하이브와 제휴?

입력 2023-03-06 04:06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전경. 법원 결정으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가 무산되면서 수세에 몰린 카카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의 2막이 올랐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인수가 무산되면서 하이브가 승기를 잡은 가운데 수세에 몰린 카카오의 행보에 가요계와 증권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지난 3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 9.05%를 확보하려던 카카오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최대 주주 하이브는 SM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통해 SM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됐다.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반겼다.

현재 하이브 진영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지분 14.8%, 이 전 총괄에게 풋옵션이 걸려있는 3.65%의 지분을 비롯해 약 20%의 SM 지분을 가지고 있다. 2대주주 국민연금은 4.32%로, 컴투스는 4.20%, KB자산운용은 3.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60%가 넘는 소액 주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는 이달 말 주주총회까지 여론전을 펼칠 전망이다. 하이브는 전날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를 개설하고 새로운 SM의 비전을 공개하며 소액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호소했다.

더불어 하이브는 주총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경영진 후보가 선임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 7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 후보군을 제안했다.

카카오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SM 현 경영진은 여기에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성수 현 공동대표이사가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해 추가 폭로 영상을 공개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카카오가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하려면 최소 13만원대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학보하기 위해선 1조원을 웃도는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막판에 극적으로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제로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최근 해외에서 비공개 회동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방 의장은 최근 미국 CNN의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해 “SM같이 훌륭한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한 점이 오랫동안 슬펐고 이번 지분인수를 통해서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다 해결했다”면서 “(이번 인수로) 우리가 업계를 다 가져가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해외로 빠지는 물량을 빼고 나면 실제로 SM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파는 CD 물량을 다 합쳐도 독점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