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한국이 두 바퀴로 가려면

입력 2023-03-06 04:07

다음 중 인구집중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도쿄, 뉴욕, 파리, 서울, 베이징. 정답은 서울이다. 집중도는 인구나 기능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전국 대비 서울 인구집중도는 20.2%다. 런던(12.9%), 도쿄(7.0%), 파리(3.5%), 뉴욕(2.6%), 베이징(0.9%)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전체 면적 0.6%, 605㎢에 불과한 땅덩어리 서울에 1000만명 가까이 산다. 경기도까지 넓혀 보면 인구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인구뿐만 아니라 교육, 취업, 생산 등 주요 분야 수치는 서울이 한국의 블랙홀이라는 걸 보여준다. 수도권에 인적, 물적, 문화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지방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제2의 도시 부산은 한때 인구 400만명을 넘봤다. 지금은 300만명 아래로 주저앉을 날을 걱정한다. 매월 만 18~34세 청년 2000여명이 부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부산 4년제 대학 15곳 중 단 1곳만 신입생 정원을 채웠다. 지역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부산대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부산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부산의 별명으로 ‘노인과 바다’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사정은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구가 서울로 집중하면 수도권도 지방도 균형 있게 발전하기 어렵다. 지역 곳곳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광주 대구 대전 등이 지역 거점이 되면 좋겠다. 그 거점을 중심으로 문화와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는 좋은 도시 생태계를 만들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 대전(1993)과 여수(2012)에서 열렸던 엑스포는 인정엑스포였다. 우리가 참가국에 전시관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기간도 짧았다. 반면 이번에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등록엑스포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등록엑스포는 개최 기간이 6개월이고 참가국이 개최국에 자비로 전시관을 짓는다. 경제 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 가장 근래 등록엑스포를 개최했던 곳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2020)다. 192개국이 참가했는데 2500만명이 방문해 고용 30만명을 창출하고 330억 달러(38조원)의 경제 효과를 봤다.

두바이는 엑스포 개최로 중동의 허브로 떠올랐다. 부산시는 엑스포 개최 시 경제 효과 61조원, 고용 창출 50만명으로 추산한다. 개최 후엔 부산을 국제항만도시로 개발할 예정이다.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4월 3~7일 부산을 방문한다. 실사단은 개최국 결정투표를 하는 170개 회원국에 제공될 보고서를 작성한다. 개최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중순 부산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한국을 ‘한 바퀴로 가는 나라’에 비유한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도시 1곳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것은 한 바퀴로 가는 동체라는 것이다. 부산과 같은 다른 지역의 경제·문화 권역을 키워 두 바퀴, 세 바퀴로 가면 한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산이 엑스포를 계기로 동북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물류 중심이 된다면 우리는 두 바퀴로 가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두바이의 경우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개최 소망을 담아 ‘2020 두바이 엑스포’를 매일 20시20분에 두바이의 아이콘인 ‘버즈 알 아랍’ 빌딩에 조명으로 표현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우리도 그런 열정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을 아시아 대표 허브 도시로 만들 기회다.

강주화 산업2부장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