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기간 “김문기 모른다”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격주로 열리는 이번 재판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행위는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과 관련된 것으로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으로 한정된다”고 말했다. “김문기 모른다”는 발언은 특정 시기 본인의 주관적 인지 상태를 뜻하는 의견일 뿐, 후보자 자질과 연결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 답변한 혐의를 받는다.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2015년 1월 호주 출장 중 김문기씨와 골프를 쳤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 측은 “피고인이 시장일 때 해외출장을 16번 갔고 한 번에 10여명이 함께 갔는데 한 출장에 같이 간 직원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도 받는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용도변경하지 않으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답변한 혐의다. 법조계에선 무죄가 확정된 이 대표의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 발언과는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은 의혹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국가기관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라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야는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향후 수행할 당무는 개인적 재판 출석과 재판 준비 말고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대장동, 성남FC 후원금,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다수의 재판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선 중 토론·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걸 말꼬투리 잡아 기소했다”며 “이런 기준이라면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거짓말도 허위사실 공표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은 조사도 없이 각하됐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를 “비교할 대상이 아닌 사안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거짓 선동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이번 재판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민주당의 지난 대선 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형민 정현수 이동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