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타격 훈련 공개… 작전·수비는 철저히 숨겼다

입력 2023-03-03 04:04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 이정후(왼쪽부터)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합동 훈련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전력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이날 수비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뉴시스

“어우, 잘 치네.”

남색 유니폼 차림의 토미 에드먼이 배팅 케이지에서 연신 양질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내자 고척스카이돔 3루 측 더그아웃 앞에 모여 있던 야구 국가대표팀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장장 30시간이 넘는 이동 끝에 얻어낸 휴식은 달콤하고도 짧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완전체로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으며 대회 막바지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대표팀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의 훈련을 마치고 바로 전날 한국 땅을 밟았지만 선수들 표정은 밝았다. 1차전 상대인 호주 투수들의 실전 투구 영상이 흘러나오는 전광판을 배경으로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김현수 박병호 나성범 등 한국프로야구(KBO)리그 터줏대감들은 물론이고, 김하성과 에드먼 두 빅리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이들 키스톤 콤비의 ‘금빛 수비’ 장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시프트를 포함한 수비 훈련은 전력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날 오후 앞서 비공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작전 훈련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훈련의 초점은 타자들의 전반적 몸 상태를 점검하는 데 맞춰졌다. 투수진은 대신 3일 열릴 SSG 랜더스 2군과의 연습경기에 총출동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대표팀 마운드 점검을 위해 고영표와 김광현이 양 팀 선발로 나서기로 했다. 고영표는 호주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고, 김광현은 자타공인 ‘일본 킬러’다. 대회 규정상 3일에 출전하지 못하는 김하성과 에드먼은 경기 종료 후 라이브 배팅에 임한다.

이 감독은 “(장거리 이동에도) 힘든 내색 없이 각자 자기 루틴대로 아침부터 움직였고 모든 운동을 소화했다”며 선수들의 몸 상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 적용되는 ‘승부치기’ 규칙을 의식해 작전 훈련을 했느냐는 질문엔 “승부치기까지 안 갈 것”이라는 농담을 섞어 자신감을 표했다.

에드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 등을 비춰 볼 때 경기력 외적인 요소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취지다. 실제 에드먼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연습에 임하며 중간중간 김하성 이정후 등과 대화를 나눴다. 연습 종료 후 마이크를 잡은 그는 “박병호가 특히 많이 도와준다. 영어도 잘하고 한국 리그 경험도 오래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이 완전체로 모습을 드러낸 이날 숙적 일본도 온전한 진용을 갖췄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전세기를 통해 입국한 것이다. 에드먼의 소속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동료이자 일본 대표팀 소속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게 된 외야수 라스 눗바도 같은 날 도착했다. 에드먼은 이를 두고 “우리 둘 중 (한·일전에서) 이긴 쪽이 1년 내내 상대를 놀릴 것”이라며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