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성범죄 전력자가 이 학교에 취업했다는 통보를 받고 사실 조회에 나섰다. 곧 계약직 방과 후 강사인 A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저녁에는 사설학원 강사로 일했다. 학원 근무 시간에 성범죄를 저질러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A씨는 그대로 학교에 출근했다. 계약을 맺는 시점에서만 성범죄자 이력을 조회할 뿐, 이후 성범죄 행위가 있어도 학교 측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 강사는 지난해 10월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까지 수개월 동안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교나 학생들은 이를 알 수 없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학교와 학원, 체육시설 등 약 54만 곳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를 점검한 결과 취업제한 대상 81명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성범죄를 저질러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경우 최대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하지만 점검 결과 성범죄를 하고도 제주 지역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우도 있었고 서울과 부산, 인천 등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취업제한 대상자도 3명 적발됐다. 학생들을 주로 상대하는 체육시설에 24명,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시설에 24명이 근무한 사실도 확인됐다. 여가부는 이 중 성범죄 경력 종사자 43명을 해임하고, 운영자 38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폐쇄나 운영자 교체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정직원이 아닐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자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수사기관이 해당 사실을 곧바로 통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상 점검이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사이에 성범죄를 저지르면 당사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학교 측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통보는 통상 기소 처분이 내려진 뒤에야 이뤄지게 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계약 해지를 한 경우가 있었는데, 계약 해지 취소처분 행정소송으로 이어져 결국 교육청이 패소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사무직 직원이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학교가 아닌 외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학교나 어린이집 등은 취업제한 통보가 1년에 한 번 이뤄져 성범죄자의 재취업이 어렵지만, 학원이나 사설 업체에서는 교묘히 전과를 숨기고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학원을 차려서 운영하는 경우에는 운영자를 변경해야 하는데, 명의만 바꾼 건지 실제 운영자를 교체한 건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