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작년 80조 손실… 수익률 -8.22% 역대 최악

입력 2023-03-03 04:06
국민연금공단 사옥 모습. 국민일보DB

국민연금이 지난해 역대 최악의 기금 운용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익률 -8%대에 손실금은 80조원에 달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로 잠정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투자별로 보면 국내주식의 수익률은 -22.75%였고 해외주식은 -12.53%, 국내 채권은 -5.50%, 해외 채권은 -5.04%로 일제히 마이너스였다. 대체투자 수익률만 9.47%를 기록해 유일하게 증가했다.

2021년도에 해외주식 29.77%, 국내 주식 5.88%를 포함해 금융 부문에서 10.86%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수치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건 2008년(-0.18%), 2018년(-0.92%)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마이너스 폭도 컸다. -8%대의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을 기록해 9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79조6000억원이 줄어들었다.

수익률이 급감한 데는 미국의 공격적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된 이유가 컸다고 국민연금은 설명했다. 특히 주식 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전체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 측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작년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요 해외 연기금 수익률을 보면 일본(GPIF)의 경우 지난해 -4.8%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캐나다(CPPI)는 -5.0%를 기록해 국민연금과 비슷했다. 노르웨이(GPFG) -14.1%, 네덜란드(ABP) -17.6%로 손실이 컸다. 국민연금 측은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지난해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주요 해외 연기금 중 국민연금이 그나마 선방을 했다는 얘기다. 해외 연기금들은 수익률 변동성이 크지 않은 대체투자 비율을 50%대로 높여 장기수익률 관리를 해왔는데, 국민연금 역시 2007년 약 20% 수준이던 비율을 지난해에는 58%까지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