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만경영 감독 소홀” 감사원, 방문진 감사 착수

입력 2023-03-03 04:08

감사원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은 방문진의 MBC 경영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접수된 ‘방문진의 MBC 방만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지난달 22일 받아들였다. 감사원은 18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국민감사 청구가 들어오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에 올려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보수 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은 방문진에 대해 MBC 프로그램 제작비 삭감으로 콘텐츠 부실화 등 공영방송 의무 역행 방치, MBC의 반복된 투자 손실 방치, 지역MBC의 적자 누적 방치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 심의 결과 청구 내용의 확인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감사원이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감사원은 청구인이 주장한 9개 감사 청구 요지 가운데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원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MBC플러스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 손실 등 6개에 대해 감사를 진행키로 했다.

다만 ‘MBC 프로그램 제작비 삭감 등 방치’와 ‘지역MBC 적자 누적 방치’에 대해선 “방문진이 해당 사항을 방치했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MBC 손자회사인 MBCNET이 특정 종교 행사 방송 논란을 방치했다는 청구인 주장에 대해서도 “규정상 방문진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감사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달 중 방문진 등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한 뒤 본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정부 출연기관으로서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방문진 감사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과 마찰을 빚은 MBC를 겨냥한 것으로 여겨져 MBC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월 감사원은 방문진에 현장방문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지만 MBC노동조합 등의 반발로 현장 조사를 잠정 보류하고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체제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까지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감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