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폴더블폰’ 물량 대공세… 선두 삼성 “판 커지면 생큐” 여유

입력 2023-03-03 04:06
관람객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부스와 중국 아너 부스 사이를 지나고 있다. 아너는 이번에 폴더블폰 ‘매직Vs’를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를 의식한 듯 신제품 스마트폰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공세를 펼쳤다.

무역 갈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로가 막혔던 중국 기업들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프리미엄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보란 듯이 대형 전시관에 실물 폴더블폰을 내놓고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선두주자 삼성전자를 겨냥한 모습이다.

중국의 맹추격에 삼성전자는 오히려 ‘반갑다’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들이 폴더블폰 시장 규모를 대폭 키워주면 제품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023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폴더블폰)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현상으로 본다.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출해도 당연히 환영이다. 폴더블폰 가치에 대해 중국 디바이스 업체뿐만 아니라 애플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오는 2025년에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1~2년 사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폴더블폰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MWC2023을 기점으로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83%에 이른다. 부동의 1위다. 2위 화웨이는 10%대로 격차가 크다.

올해 MWC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폴더블폰 진출 선언’ 무대였다.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 자리한 삼성전자 전시관 바로 옆에 둥지를 튼 중국의 아너 부스에는 신작 폴더블폰이 전시됐다. 아너는 원래 화웨이의 보급형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였지만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폴더블폰 ‘매직Vs’를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아너는 삼성전자 전시관을 의식한 듯 지난달 27일 신제품 공개까지 대형 이미지를 하얀 천으로 가려놓기도 했다. 아너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폴더블폰을 접었다 펼치면서 힌지 부분을 유심히 살폈다. 펼치고 닫을 때 상당한 힘을 줘야 하는 등 완성도 측면에서 다소 떨어졌다.

중국 오포(OPPO)도 폴더블폰 ‘파인드 N2 플립’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시리즈의 디자인과 흡사했다. 커버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두는 식으로 차별화하려고 했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함께 전시해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는 걸 강조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은 오포 부스를 방문해 제품 체험에 20여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배 규모로 전시관을 꾸린 뒤 폴더블폰 ‘메이트 Xs-2’를 전시했다. 화면이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을 삼성전자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중국 업체가 위협적으로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력에서 여전히 우위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부사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카메라나 소프트웨어 등 전체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제일 중요하다. 여러 가지 기술 혁신과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OS 등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폴더블폰 출시 후 몇 년간 소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온 터라 지속적인 연구로 폴더블폰 대중화의 핵심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쟁이 심해져야 실력이 올라가고, 우리 명성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MWC2023은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일 폐막했다. 전시장 곳곳은 ‘노마스크’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전시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은 챗GPT 열풍에 영향을 받아 인공지능(AI) 기술을 앞다퉈 선보였다. SK텔레콤에서 초거대 AI 에이닷을 주력을 내세우는가 하면 KT는 개방형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에 올라온 ‘비전 AI’ 기술을 소개했다. 중국 샤오미는 ‘사이버 도그’로 이름 붙인 개 모양의 사족보행 로봇을 선보이는 등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6G 이동통신기술 논의를 주도하려는 기업의 움직임도 거셌다. 일본 통신업체 NTT 도코모는 6G 기반의 ‘모션 셰어링 플랫폼’을 시연하는 등 6G 시대에 활용될 미래기술의 콘셉트를 공개했다. 스웨덴 에릭슨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6G 환경에서 ‘디지털 트윈’을 핵심 콘텐츠로 강조했다. 망 사용료 의무화를 둘러싼 논의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다는 점도 확인됐다. 콘텐츠사업자(CP) 넷플릭스가 반대 입장을 공표하며 전 세계적 논의의 시작을 알렸다.

바르셀로나= 글·사진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