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약과예찬

입력 2023-03-03 04:06

카페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엿들은 까닭은 순전히 ‘약과’ 때문이다. 요즘 다양한 약과를 맛보는 재미에 빠져 있던 차에 약과 어쩌고, 하는 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굴풋한 시장기가 도는 오후 네 시. 꾸덕꾸덕하고 달콤한 약과를 떠올리니 군침이 돌았다.

벽촌에서 자란 내게 약과는 친숙한 주전부리였다. 잔치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은 버글버글 기름이 끓는 솥에 타래과며 약과를 튀겼다. 어릴 때 길들인 입맛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지, 단것이 당기면 으레 약과부터 떠올랐다. 약과 이야기로 운을 뗀 아주머니가 종이로 싼 약과를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만원에 여섯 개씩 팔아. 유자 맛, 캐러멜 맛, 바닐라 맛도 있어. 하나씩 가져가. 아들이 SNS를 잘하거든. 댓글 남기면 서비스도 주더라고. 붐을 잘 탔어. 우리나 좋아하지, 이런 거 젊은 사람들한테 통할 거라고 생각 안 했잖아.” “맞아. 근데 늬들, ‘할매니얼’이 뭔지 아냐? 우리 같은 ‘할매’랑 ‘밀레니얼’을 합친 말이래. 할머니 입맛인 밀레니얼 세대를 ‘할매니얼’이라고 한단다. 오홍홍.”

아주머니들은 추임새를 넣어가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당신들이 좋아하던 간식을 젊은 세대가 응용해서 즐기는 모습이 흐뭇한 모양이었다. 입맛이야말로 세대를 잇는 매듭이자 전통이다. 옛것에서 좋은 것을 찾고 지키려는 노력은 윗세대에 대한 존중이자 삶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런 마음을 한낱 장삿속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들의 대화는 창업 지원 제도가 있느냐부터 연근은 센 불에서 양념을 바특하게 조려야 아삭하다는 요리 비법까지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스치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도 있는데, ‘힙(Hip)’한 젊은이 입맛을 가진 할머니들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힙’과 ‘할머니’를 합쳐서 ‘힙머니’는 어떤가? 슬며시 웃으며, 휴대전화로 약과를 주문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