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몇 번 다녀오며 광활한 대자연, 개성 넘치는 칼라, 경쾌한 발걸음, 어디서나 북치고 춤추는 흥과 매력에 푹 빠졌다. 그곳에서 배낭 하나만 둘러메고 초원을 질주하는 얼룩말처럼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대학 때 한 선교단체를 만나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격하여 인생을 드리리라 결단했다. 그러다 아프리카에 복음을 전하러 갈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하나님! 제가 가겠습니다.’하고 곧바로 아프리카로 떠났다.
서부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이 ‘뽀또뽀또’(백인)하며 졸졸 따라다녔다. 내 손목에 있는 점을 떼려고도 하고, 나의 곧고 긴 생머리를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리는 천사같이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꼭 선교사로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대학원에 다니며 선교팀 팀장, 제자 훈련, 성경모임 리더, 병원 전도 등을 하며 오직 선교를 위한 훈련에 집중했다. 함께 훈련받던 분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았어도 때 묻지 않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바로 지금’이라는 확신으로 교사라는 직업, 내 꿈을 반대했던 남자친구, 가족과 친구들까지 버리고 영국 신학교로 떠날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비자 문제로 선교사의 꿈이 막히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좌절의 충격은 하나님에 대한 원망으로 폭발했다. ‘하나님이 진짜 살아 계실까? 다 버린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환상의 체험, 십자가 사랑의 감격, 수많은 훈련과 사역들도 간 곳 없이 무너지며 내 믿음은 뿌리째 흔들렸다. 발버둥 치며 다시 매달렸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그때 어느 자매를 통해 춘천한마음교회에 가게 됐다.
“믿음과 신념의 차이를 아세요? 믿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증거로 믿는 거고, 신념은 체험이나 감격 등 내게서 나오는 걸로 믿는 거예요. 그래서 신념은 흔들리지만 믿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요.” 어느 자매의 말에 벼락을 맞은 듯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뿌리째 흔들렸던 내 믿음은 신념이었나?’ 자매는 성경 말씀을 찾으며 죽음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갑자기 순교자들로 바뀌는 사실 앞에 나를 세웠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지?’ 하나님께서 그 답을 한 사건을 통해 정확히 비춰주셨다. ‘부활이 사실이구나! 예수님이 진짜로 하나님이시구나!’ 그동안 내 믿음은 신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었다.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것보다 부활의 확증은 더 큰 충격이었다. 그 때 예수님을 믿지 않은 것이 성령께서 책망하는 근원적인 죄라는 요한복음 16장 말씀이 선명해졌다. 안정된 내 삶을 모두 버리고 아프리카 선교사가 되려고 한 것도 예수님과 전혀 상관없는 결정이었다. 내 삶은 어둠 자체였다. “하나님!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이제 예수님께 주인의 자리를 돌려 드립니다.” 가슴을 치고 통회하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셨다. 그 때 교회에는 ‘세계 복음화’의 말씀이 선포되었는데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열망이 불타 올랐다. 하나님께서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셔서 해외에 사는 지체들이 교회에 와서 단기 훈련을 받는 훈련관을 맡아 말씀을 전하며 섬기게 해 주셨다. 인도네시아로 간 한 주부를 통해 수많은 분들이 몰려와 부활의 주님을 만나 복음의 일꾼들로 세워졌고, 예수님을 영접했지만 삶에서 너무 힘들어하던 한 분은 훈련을 받고 돌아가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매일 푯대를 향해 전진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5개월 만에 작은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인도했다.
이렇게 훈련받은 지체들이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독일, 북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고 작은교회를 세우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미국 뉴욕에서 디자인을 하는 자매는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피켓전도를 하고, 젊은 대학교수님은 세계를 돌며 복음을 전하고 삼천 명 앞에서 복음을 전했다는 놀라운 소식도 전해왔다. 아프리카에 나간 선교사 부부, 세상에 빠졌던 1.5세대 청년, 사업을 위해 이민 간 주부 등 교회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가 작은교회를 세우는 일은 계속 되었다.
그러다 2017년 8월에 한마음교회 1호 파송 선교사가 되어 인도네시아로 갔다. 쁠리따 두니아 신학교에서의 교수 사역과 제자 훈련 사역을 하기 전에 선교사 언어 훈련 학교로 가서 11개월 동안 언어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언어 훈련 학교에서 만나게 된 한 선생님과 친해지면서 그분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이슬람의 도시에서 복음을 들어야 할 영혼들을 계속 만나게 되었다.
10개월 동안 일주일에 2~3번은 영혼들을 만나 복음 교제를 할 수가 있고, 그 중 한 형제는 부활의 증거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 자신의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1년 만에 다시 그 형제를 만났을 때 예배실까지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무슬림인 아들이 주께로 돌아왔다고 했다. 복음이 가진 생명력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복음에는 인종, 언어, 문화, 국적을 초월하여 사람을 변화시키고 재생산 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온 몸으로 체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나의 마음을 시원케 하였도다!” 사명을 다 마친 후에 사랑하는 주님 앞에 섰을 때 그분께 이 한 말씀을 꼭 듣고 싶다.
강지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