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던 인문주의자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2007년 세례를 받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는 2010년 출간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 신앙과 영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이어령의 신앙 고백이 담긴 또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신앙을 주제로 한 이어령의 언론 인터뷰와 교회 간증 일곱 편을 묶은 ‘당신, 크리스천 맞아?’가 그것이다.
이어령은 세례를 받은 후에도 스스로를 신앙인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크리스천과 논크리스천 사이의 경계인으로,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지방에 서 있는 사람으로 설명했다. 그는 2017년에 가진 인터뷰에서도 “아직도 나는 문지방에서 한 다리는 여기에, 다른 다리는 저기에 걸치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성과 영성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투를 벌었다. 그것이야말로 신앙의 과정이고 신앙적 행위라고 여겼다. 책은 이런 과정에서 그가 진실로 받아들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는 영성이란 지성을 버리는 게 아니라 넘어서는 것이며 “크리스천은 지혜의, 지식의 끝에 열리는 것이지 무지한 마술 같은 것에 의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가 해석한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이었다. 그는 “크리스처니티(Christianity·기독교)라는 것은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남을 도와주고 이웃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독교를 믿은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첫째는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타자를 배려하게 됐다”고 답했다.
종교에 대해서는 “종교만이 죽음을 이야기한다”면서 “죽음의 문제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니 누구든 종교가 없을 순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