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해 7월 강원도 고성의 마차진 대공사격장 재개 방침을 밝힌 이후 이곳에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8차례 대공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차진 사격장은 문재인정부 때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유로 폐쇄됐던 군 최대 규모 대공사격장이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윤석열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 사격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재가동된 것이다.
마차진 사격장은 적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한 벌컨포·비호 등 대공포 사격을 하는 곳인데, 9·19 군사합의 이전까지는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도 실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륙과 떨어진 동해안에 있는 데다 인적도 드문 곳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고강도 무력도발을 벌일 경우 이에 맞대응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1일 군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차진 사격장에선 총 2만4902발의 대공사격이 실시됐다. 사격장 운영이 재개된 지난해 9월 14일부터 집계된 수치다.
9·19 군사합의 체결 전인 2016~2018년에는 매년 약 15만발의 사격이 진행됐고, 사격훈련 횟수도 매년 55회 안팎이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은 9·19 군사합의를 준수한다는 이유로 사격장 운영이 중단됐다. 정권교체 후 군 당국은 부족한 대공 사격훈련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약 4년 만에 사격장 운영을 재개했다.
군은 9·19 군사합의 직후인 2018년 11월에 군사합의를 준수하면서 사격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이미 찾아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5㎞ 이내 포사격을 금지하고, 동부지역 기준 15㎞ 이내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을 명시하고 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마차진 사격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약 11㎞ 떨어져 포사격 금지 규정과 무관하고, 무인기인 대공 표적기를 비행금지구역 이남에서 이·착륙시켜 해상으로 운용하면 사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군은 최종적으로 무인기 성능과 안전 문제 등으로 마차진 사격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신 의원은 마차진 사격장 재가동에 대해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사격장 운영을 중단했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군 정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군의 실사격 훈련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