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국인 청년 임모씨가 태국 파타야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의 피고인들이 범행 후 8년 만에 한국 법정에서 만났다.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39)씨는 공범 윤모(40)씨 재판에서 그를 ‘형님’으로 부르면서 “형님이 임씨 뺨을 때리고 날아차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후 8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서로 책임을 미루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는 지난 27일 김씨를 불러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씨는 앞서 1심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날 수의를 입고 출석한 김씨는 윤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자주 쳐다봤다. 하지만 윤씨는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 19~20일 임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프로그래머 임씨를 태국으로 데려갔다. 이후 임씨는 상습 폭행을 당했다. 임씨가 지인에게 구조요청을 한 사실을 안 김씨와 윤씨는 사무실을 옮기기 위해 파타야로 가는 길에 임씨를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태국 현지 경찰에 자수한 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한국으로 송환돼 국내서도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도 폭행에 가담하긴 했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태국 법정에서 “김씨가 야구방망이로 임씨 머리를 때리고 의식을 잃게 할 정도로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김씨는 사건 당시 방망이로 임씨를 때린 적이 없고, 임씨가 마약 복용 부작용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당시 운전을 한 윤씨는 마약에 취하고 아내와도 싸워 흥분된 상태였다”며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임씨를 내리게 해 뺨을 때렸고, ‘형이 태권도 선수 출신이야’라며 날아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구방망이를 든 것도 자신이 아닌 윤씨라고 주장했다. 다만 윤씨가 방망이로 임씨를 가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윤씨가 날아차기를 시도해 임씨가 길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윤씨가 “올라오라”며 방망이로 임씨 등을 긁은 정도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윤씨가) 방망이를 왜 차에서 가지고 내렸냐”고 묻자 김씨는 “모르겠다. 한 손에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윤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오는 6일 윤씨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다.
양한주·이형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