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째 무역적자 행진… 반도체 수출 ‘반토막’

입력 2023-03-02 04:08

2월에 7조원(53억 달러)이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대중 무역이 급감하고,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나면서 수출 감소세는 5개월째 이어졌다. 수출 부진에 따른 한국 경제 불황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501억 달러(66조3825억원)를 기록했다. 2월 수입은 3.6% 늘어난 554억 달러(73조4050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53억 달러(7조225억원) 적자였다.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자 폭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연속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수요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2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5% 감소한 59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 1월(-44.5%)에 이어 두 달 연속 반도체 수출이 40%대로 급감한 것이다. 디스플레이(-40.9%)·컴퓨터(-66.4%) 등을 포함한 정보기술(IT) 품목과 철강(-9.8%) 등 중간재 수출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이 부진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월 대중 수출은 98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감소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19.1%)와 아세안(-16.1%) 지역으로의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가스 등 에너지 수입 증가도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 됐다. 2월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53억 달러(20조2725억원)로 전체 수입액의 27.6%를 차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입은 줄었으나, 동절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가스 수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범정부 수출지원예산을 1조5000억원 투입하고, 무역금융 공급을 362조5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수출 총력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올해 수출 목표인 685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역적자 장기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