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주가 고점 찍을 때 외인은 “팔자” 전환

입력 2023-03-02 04:05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날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투자 비중 축소에 나섰다. 그들의 발걸음은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외국인이 던진 에스엠 주식은 ‘정체불명’의 기관투자자가 물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에스엠의 주가가 주당 13만1900원으로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지난 16일부터 비중 축소에 나섰다. 이날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244억4500만원어치 에스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에스엠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고점을 경신하기 전 거래일인 15일은 18.04%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10거래일 만에 다시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오게 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에스엠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15.69%였다.

외국인의 투자가 유입된 이유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제안에 이어 에스엠 경영진이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얼라인이 에스엠과 카카오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화답을 한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현 경영진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이수만 전 총괄이 하이브(HYBE)와 손을 잡고 ‘강 대 강’ 대결을 펼치면서 외국인은 떠나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에스엠 주가는 13만원을 돌파하는 등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지만 단기 차익 추구 및 향후 주가 불확실성 이유로 외국인들은 매도세를 이어갔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하이브와 카카오 둘 중 누가 에스엠을 가져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하이브나 카카오 두 회사의 전략을 모두 알고 있다면 판단해 베팅 할 수 있겠지만, 두 회사의 사정을 모두 잘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손’ 외국인의 투자 여부는 주가 방향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에스엠을 매도한 이후 JYP엔터테인먼트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1월 2일 31.18%였던 JYP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지난달 28일 기준 40.21%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JYP 주식 1533억93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일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JYP는 모든 팀이 일본에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며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 니쥬 등이 올해 일본 활동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